최근 광고와 마케팅 세계에서는 더 이상 살아있는 인간 모델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휴먼, 즉 AI로 생성된 가상 인간이 브랜드 모델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은 때로 실제 인플루언서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휴먼이 광고모델로 떠오르게 된 배경과 특징, 이들이 광고·소비문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윤리적, 문화적 논쟁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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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휴먼이 광고모델이 된 이유
디지털 휴먼이 광고계에 빠르게 확산된 데는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서는 실질적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1. 무제한 활용 가능성
디지털 휴먼은 시간, 장소, 건강 상태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언제든 촬영이 가능하고, 스타일이나 설정을 무한히 바꿀 수 있어 다양한 캠페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만들어진 디지털 휴먼은 수년 동안 외모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 계약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습니다.
2. 완벽한 브랜드 이미지 구현
기업은 디지털 휴먼을 통해 브랜드에 가장 부합하는 이상적인 이미지와 스토리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인성 논란, 사생활 문제 등 실제 인플루언서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3. 글로벌 시장 확장성
디지털 휴먼은 다국어 구사가 가능하고, 문화적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유리합니다.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시장별로 맞춤형 디지털 모델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4. MZ세대와의 연결성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덜 엄격하게 인식합니다. 이들에게 디지털 휴먼은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존재로 받아들여지며, 브랜드에 대한 신선함과 혁신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브랜드들이 실제 연예인 대신 디지털 휴먼을 광고 모델로 선택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특징과 영향력
디지털 휴먼은 단순한 ‘CG 모델’이 아닙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활동, 스토리텔링, 팬과의 소통을 통해 살아있는 존재처럼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합니다.
1. 대표적 사례
릴 미켈라(Lil Miquela):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플루언서. 패션 브랜드, 뷰티 브랜드와 협업하며 실제 인플루언서처럼 팬덤을 구축했습니다.
루이(Louie): 국내에서는 LG전자가 디지털 휴먼 루이를 출시해 광고, 안내,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로지(Rozy): 한국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로, 광고, 뮤직비디오, SNS 활동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2. 팬덤과 상호작용
디지털 휴먼은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일상을 공유하는 스토리텔링을 전개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짜 사람처럼 공감을 얻고, 영향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3. 마케팅 효과
가상 인플루언서는 논란이나 스캔들 위험이 적어 안정적인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또한 소비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내는 데 탁월해, 브랜드의 주목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새로운 윤리적 고민도 함께 떠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휴먼 광고모델 시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
디지털 휴먼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광고와 소비 문화, 나아가 사회 인식까지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1. 진정성(authenticity) 문제
디지털 휴먼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실제 감정이나 경험을 지니지 않습니다.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과연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지, 소비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2. 소비자 기만 가능성
디지털 휴먼이 실제 사람처럼 행동할 때, 소비자가 이를 진짜 사람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광고나 SNS 콘텐츠에서 명확히 ‘가상 존재’ 임을 밝히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선택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 사회적 다양성 문제
디지털 휴먼은 종종 ‘완벽한 외모’, ‘표준화된 아름다움’을 구현합니다. 이는 현실 세계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축소시키고, 비현실적인 기준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4. 창작자의 권리 보호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크리에이터(디자이너, 3D 아티스트, AI 엔지니어 등)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이들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격권 보호 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휴먼을 단순히 ‘편리하고 예쁜 광고 도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존재가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결론
디지털 휴먼은 광고와 소비 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진정성, 투명성, 다양성, 윤리성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기술은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존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준과 책임 아래 운영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립해야 합니다. 디지털 휴먼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모델들과 함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