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은 교육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개별 맞춤형 학습, 자동 채점, 실시간 피드백 등 학습 환경의 혁신은 분명 놀라운 진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고 있을까요?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 능력의 차이는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기술이 어떻게 학습 격차를 확대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지, AI 시대에 교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살펴봅니다.
AI가 촉진하는 교육 혁신, 그러나 모두에게 평등할까?
AI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용자의 학습 수준, 선호 방식, 이해도를 분석하여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기반 플랫폼은 기존의 일방향 교육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캐즘(Chasm), 코그니티브 튜터(Cognitive Tutor), 센강(SENGANG) 등은 학습자의 오답 유형까지 분석해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기기 접근성, 인터넷 인프라, 디지털 리터러시등은 지역과 계층에 따라 큰 격차를 보입니다. 특히 농어촌,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AI 기반 학습 도구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AI가 사용하는 언어나 콘텐츠 자체가 특정 문화나 교육 수준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디지털 소외’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 은밀하고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AI는 교육 혁신을 이끄는 동시에, 그 혜택이 편중되는 현상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AI와 학습 격차의 양상: 무엇이 달라지는가?
전통적인 학습 격차는 주로 경제력과 부모의 학력 수준에서 기인했습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기술 접근성과 알고리즘의 편향성이 새로운 차원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첫째, 개인화 교육의 양극화
AI 튜터는 고가의 유료 플랫폼에서 더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일부 사교육 시장에서는 초등학생에게도 AI 맞춤형 학습 솔루션을 적용하며,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공교육에서는 여전히 기초적인 디지털 학습 도구에 의존하고 있어, AI를 누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가가 곧 학습 성과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알고리즘 추천의 한계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진도를 설계합니다. 하지만 이때 학습자의 잠재력을 평가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과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낮은 성과 → 낮은 추천 → 낮은 성장’이라는 편향된 루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낮은 기대치를 반복시키며, 학습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자기주도 학습 역량의 격차
AI 학습 도구는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피드백을 수용해야 최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자기주도성이 낮거나 학습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AI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AI는 ‘잘 배우는 아이’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뿐, 학습 환경이 열악한 아이를 자동으로 구제하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육의 민주성, 형평성, 기회균등이라는 이상에 중대한 도전이 됩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사용 방식과 설계 구조에 따라 격차를 확대할 수도, 줄일 수도 있습니다.
AI 기반 교육 격차,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 교육 시대에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활용하는 제도와 사회적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합니다.
1. 공공 AI 학습 플랫폼의 강화
정부와 지자체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고품질 AI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한 문제풀이 수준을 넘어서, 개인화 피드백과 학습 분석 기능을 갖춘 무료 플랫폼을 확대해야 합니다. 공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2. 디지털 인프라와 기기 보급
교육 소외 지역과 가정에 태블릿, 노트북, 고속 인터넷 등 학습 도구를 보급하는 정책은 AI 격차 해소의 첫걸음입니다. 단순한 제공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 사용 교육도 포함된 포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3. AI 리터러시 교육의 확대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도 AI 기술의 원리, 활용법, 한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비판적 사고와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하는 데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4. 인간 중심 학습 설계의 병행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학습의 주체는 인간이며,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학생의 상황에 맞는 피드백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교사의 전문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5. 알고리즘 윤리와 투명성 확보
AI 학습 시스템이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평가하는지를 공개하고, 그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와 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투명하고 설명 가능한 AI는 공정한 학습 환경의 전제가 됩니다.
결론: AI가 만드는 교육의 미래, 우리가 설계해야 한다
AI는 분명 교육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곧바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은 더 조용하고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찬양하기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균형과 소외에 주목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린’ 것이 아니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학습 격차의 미래는 AI가 아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규제할지를 결정하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